잦은 CPU 출시로 영업 곤란...클로버타운 ‘악성재고’ 될 판

너무 빠른 인텔의 CPU 로드맵이 국내 x86 서버 유통 채널들에게는 오히려 고통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인텔이 최근 출시한 쿼드코어 신제품 '하퍼타운'을 두고 "클로버타운 시장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는데, 또 하퍼타운이 나와 클로버타운 서버가 재고로 쌓이게 생겼다"고 우려하고 있다.

"클로버타운 시장은 벌써 끝물?"
이 같은 불만은 인텔이 듀얼코어를 발표하고 얼마 안 돼 쿼드코어를 발표했던 2007년 말에도 제기됐었으나,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채널들은 듀얼코어와 쿼드코어의 중첩에 대해서는 듀얼코어 서버 재고 때문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몹시 심각한 표정들은 아니다. 두 제품은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달라 각각 따로 수요층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퍼타운은 경우가 다르다. 하퍼타운은 클로버타운에서 가동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호환되고, 가격까지 더 저렴하다. 한마디로 고객들은 클로버타운 탑재 서버를 구입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클로버타운 서버들만 처리 곤란한 '악성재고'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타이트한 생산 계획없으면 '재고 악순환'

각 채널들마다 상황의 차이는 있다. 예를 들면, 한 메이저 서버 업체의 채널 A사의 경우 평소 재고 반입 계획을 타이트하게 세우기 때문에 작년에 클로버타운 서버 재고를 거의 소진시켰고, 1분기부터 주력제품을 하퍼타운으로 본격 전환할 예정이다.

반면 A사보다 회사 볼륨이 큰 B사는 넉넉하게 재고들을 들여왔으며, 아직 클로버타운 서버도 많이 남았다. 며칠 후부터 하퍼타운 서버 공급이 시작되는데, B사는 A사처럼 즉시 주력제품을 갈아탈 수 없는 상황이다. B사는 "클로버타운 서버를 소진시키려면 가격 인하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향후 서버 공급 업체와 협의해 하퍼타운 서버보다 약 5%~9% 가량 가격 인하하는 방침을 생각 중에 있다.

그 외 C사는 듀얼코어 재고들 때문에 클로버타운 서버를 아직 들여놓지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채널들은 현재 남아있는 클로버타운 서버들을 소진한 이후에는 추가로 클로버타운 서버들을 들여놓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인텔이 클로버타운 가격을 하퍼타운보다 인하하지 않는 이상 클로버타운은 아직 시장이 채 열리기도 전에 조만간 끝날 전망이다.

"AMD 따돌리려다 인텔 자신마저 흔들리는 양상"
서버 업체 채널들의 영업이 잘 풀려 하퍼타운으로 주력 제품 전환을 금방 끝낸다고 해도, 인텔이 올 가을 경에 신제품 '네할름'을 또 내놓을 계획이라 이를 대비해야 한다. 때때로 고객들은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더 값싸고 좋은 제품이 나올텐데"하며 구입을 미루기도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채널들은 대체로 재고 반입계획을 기존보다 타이트하게 세울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프로세서 신제품 출시에 집착하는지 인텔에게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고객을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는 "경쟁사 AMD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중심을 못 잡는 것 같다"는 여론이다. 신기술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도 물론 이유로 작용했겠지만, AMD가 경쟁사로 부각되기 전에는 인텔이 지금처럼 조급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항간에는 인텔이 AMD의 쿼드코어 '바르셀로나' 출시를 의식해 무리하게 하퍼타운을 내놓았으나, 결국 바르셀로나 출시가 많이 미뤄짐에 따라 인텔 역시 '괜히 서두른' 격이 돼버렸다는 조롱섞인 관전평도 나오고 있다. 신제품 생명주기가 너무 짧은 게 인텔 입장에서도 좋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버 채널들은 "기술발전과 고객 중심도 좋지만 시장 상황도 좀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한편 일부 채널들은, 프로세서의 잦은 출시와 점차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 등으로 하드웨어 영업에 한계를 느껴, 사업 다각화를 검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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