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시작에 서서 바라보는 미래시대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당연히 융합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IT 산업과 타 산업의 융합은 급물살을 탈것임에 틀림이 없다. 역사적으로 산업간의 융합현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사실상 IT 만큼 급격한 융합이 시대를 선도해 온 경우는 많지 않다. 세상에 태어난 지 겨우 50년밖에 되지 않은 컴퓨터와 인터넷기술이 가져온 융합은 과학,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혁명에 가까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연 이러한 융합의 회오리 속에서 IT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로 인체의 혈관이 온 몸에 피를 전달하는 것과 같이 IT 인프라는 정보 유통의 경로가 된다. 유무선 인프라를 통해 정보는 세계 곳곳에 전달되고 사회의 시공간적 격차를 좁히고 있다. 초단위의 시간으로 어디서나 금융거래나 상거래를 가능케 하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IT와 금융 산업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우리나라의 경우 70% 이상의 증권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점포 없는 금융시장을 창출해 냈다. 공장들은 IT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를 이루어냈으며, 전자정부라는 모습으로 국민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 것도 정보전달의 수단이 되는 유무선 IT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의 전달 수단인 IT 인프라가 없는 사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목전에 와 있는 지금, 이러한 유무선 인프라의 역할은 새로운 방송 패러다임의 성공적 출발을 위해 결정적이다. 지금까지는 수십 메가바이트의 속도로 전달되는 인터넷으로 만족했지만, 방송통신의 융합은 훨씬 더 빠른 속도와 확장된 대역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동영상을 매체로 하는 산업에 있어서 IT 인프라는 융합의 차원을 넘어 멀티미디어 산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인체의 두뇌가 저장하고 계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과 같이 IT는 정보를 저장하고 빠른 계산을 통해 아날로그의 디지털화를 가능케 하고,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결과들을 만들해 내고 있다. 거대한 IT의 계산 능력은 생물 분야에서 DNA 분석에 필요한 메모리와 계산을 위한 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없이 많은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고속의 계산이 필요한 영상분야에까지 초고속 컴퓨터가 사용된다.
만일 수 억 내지 수 십억개의 계산을 단번에 해 낼 수 있는 수퍼컴퓨팅 능력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바이오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도, 디지털 영상 처리와 같은 생활 속의 혜택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산업과의 융합을 위해 IT는 메모리를 확대하고 CPU 속도를 높이는 등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IT의 능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데이터는 더욱 정확해지고 계산 능력은 더 한층 고도화 되어 가고 있어 융합에 놀라운 결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앞으로 더욱 빠른 계산 능력과 과학 기술의 융합은 100불짜리 인체 DNA 지도를 그려내는 데로 까지, 혹은 엄청난 데이터의 분석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데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은 IT의 기술력과 융합기술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회와 문화의 형성으로 연계될 것이다.
셋째로 인간이 몸과 얼굴의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IT는 웹이나 그래픽과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정보를 표현하고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무선 전화기나 TV와 같은 화면을 통해 문자와 동영상들을 아름답게 배치해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첨단의 프린팅 기술들을 통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한 컴퓨터 결과의 출력에 있어서도 1970년대의 단순한 텍스트 표현 방식은 1980년대에는 그래픽으로, 1990년대에는 동영상으로 발전하다가 급기야는 3차원 홀로그래픽 등의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의 표현 기술은 궁극적으로 각 산업에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돼 융합을 가속화 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효과적이고 적절한 표현 방법은 융합에 더욱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융합이 절대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IT의 역할은 성공적인 융합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미래 산업인 바이오 산업이나 나노 산업 등 미래의 첨단 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건설, 조선 등의 전통산업의 가치도 IT와의 융합을 통해 진일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IT 기술과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곧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직결된다. 안정되고 빠른 통신 인프라와 고속의 컴퓨팅 미적 감각과 편의성이 돋보이는 표현방법 등의 기술이 융합에 적합한 정도의 수준으로 지속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융합에서 IT는 그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IT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빠르고, 정확하고, 아름다운 융합산업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을 때라고 여겨진다. 성공적인 융합을 이루는 국가는 생존력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여전히 낙후된 생활을 할 것이라는 미래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IT 육성 정책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정태명/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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