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자꾸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올해 내내 경쟁사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제품이 '가짜'인 듯 홍보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을 벌이더니, 이젠 자사의 제품을 '떨이'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인텔에 대항하는 유일한 경쟁자로서의 이미지에 좀 더 신경써야 될 것 같다.

AMD는 인텔이 처음으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발표한 작년 11월부터 "진정한 쿼드코어가 아니다"라며 공격했다. 한 개의 다이에 4개의 코어가 모두 들어있는 자사의 제품만이 진짜라는 게 AMD의 논리다. 이런 AMD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도 꽤 있고, 실제로 AMD의 프로세서는 인텔에 비해 버틀넥이 적다는 기술적 장점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래도 진짜니, 가짜니 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은 보기 안 좋았다.

싱글다이이기 때문에 실제로 뭐가 좋은지에 대한 설명보다도 단지 듀얼다이는 가짜라는 메시지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자꾸 그러니까 오히려 "다이가 한 개인지 두 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능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는 인텔의 방어 메시지가 더 설득력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남의 것이 나쁘다는 홍보보다 내 것이 왜 좋은지를 전달하는 '파지티브 마케팅'이 AMD이미지에 더 낫지 않을까?

어쨌든, 올해 4분기에 드디어 AMD의 '진정한 쿼드코어' 바르셀로나가 등장했는데, 이내 제품 결함 문제가 불거졌고, 결함이 치유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바르셀로나를 저가에 판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버업체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결함이 있는 프로세서를 장착한 서버를 팔아서 이미지를 버리고 싶은 회사는 당연히 흔치 않다. 물론 소규모 연구소 등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용으로 수요가 있을 수 있고, 일부 조립 서버 고객 등에게 다소 팔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 시장점유율 회복에 큰 도움이 안 될 바에야, 꼭 그렇게 값싸게 굴어야 하는 지 의문이다.

인텔이 시장의 절대적 강자지만 인텔을 견제하는 유일한 업체인 AMD를 내심 응원하는 이들이 상당수라, 바르셀로나의 결함과 그로 인한 출시 지연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냈다. AMD의 이번 가격인하 계획은 하루빨리 완벽한 제품으로 인텔 쿼드코어와 당당하게 '맞장뜨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행동이다.

AMD는 시장점유율로 보면 아직 멀었지만, 명색이 '2인자'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이미지 관리를 잘 해야 된다. 네거티브 마케팅, 결함품 판매단행 등으로 스스로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돌아봐야 한다.

메이저로 인정받고자 한다면, 메이저다운 품위를 갖춰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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