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도적 뒷받침에 관련 기관도 설립, 국내 시장 규모 1조 원 육박

[아이티데일리] 2000년 게임 산업이 IT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했다. 벤처거품론이 제기되며 일부 IT 분야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게임 업체들은 넘쳐나는 돈을 어디 쓸 것인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다.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었다. 99년 9천억 원 이었던 국내 게임 시장은 2000년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수출 역시 1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호황을 맞고 있었다.


초고속인터넷 망 등 시장 활성화위한 인프라 확보

본지 조사에 따르면 1999년 국내 게임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9,014억 원 규모를 형성했다. 게임 시장의 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었으나 국내 게임시장은 1999년에 세계 시장 성장률 25%를 훨씬 넘어서면서 벤처 거품론으로 위기 맞은 IT 분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수출 역시 1억 달러를 넘어서며 효자 산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시장은 계속해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 국내 게임 및 수출 시장 규모(단위 억 원, 만 달러)(출처: 컴퓨터월드)

이처럼 국내 게임 산업이 고속 성장 할 수 있었던 요인은 국민 PC의 보급과 인터넷 확산에 따른 멀티 문화방(현재 PC방)의 증가, 초고속인터넷망의 확대 등 게임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확보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게임 제작은 위험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다른 분야보다 수익률이 높아 많은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든 것도 게임 시장 확대에 일조했다.

▲ 세계 게임 시장 규모(단위 억 달러, %)(출처: 컴퓨터월드)

특히 정부에서 1998년 게임 산업을 문화산업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게임 산업을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정부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령(당시 음비게임법)을 만들었다. 이러한 음비게임법의 시행으로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아오던 업소용 게임은 제자리를 찾아갔으며,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관광부) 역시 본격적인 게임 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세제 측면에서의 지원책도 나왔다. 업소용 게임기와 유원지시설물 등에 30%의 과세를 부과했던 특별소비세를 특별소비세법 개정으로 투전기를 제외한 건전게임기에 한해 15%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무거운 세금으로 행해지던 제세누락과 무자료거래 등이 한결 줄어들게 됐다.

▲ 2000년 전국 게임장 수 증가 추이(출처: 컴퓨터월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한 법과 제도에 더해 관련기관도 설립됐다. 게임 산업이 문화산업으로 분류되면서 게임 개발업자들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따라 문화산업진흥기금을 받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문화관광부는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로 게임종합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게임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2000년 4월말 기준 총 794개사로 게임 제작 업체가 393개, 배급업체가 169개, 제작과 배급을 함께 하는 업체가 192개사였다. 이들 업체들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됐으며, 게임 유형별로는 업소용과 PC 게임용 제품을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그 특성상 모든 업체들이 제작과 배급을 겸하고 있었다.

2000년 국내 게임 시장은 일반적으로 업소용(오락실) 게임과 PC 게임, 온라인 게임, 가정용 게임 등 4가지로 분류돼 지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먼저 업소용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업소용 게임은 1999년 7,900억 원 규모로 전체 게임시장의 87.6%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수출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1999년 게임 수출액의 84.4%를 업소용 게임이 차지한 것이다. 업소용 게임 시장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업소용 게임기의 기기 당 단가가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오락실 게임은 일본 업체가 장악

업소용(오락실) 게임의 성공 여부는 상당부분 그래픽의 품질과 컴퓨팅 속도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래픽의 품질과 컴퓨팅의 속도는 시스템 보드를 비롯한 하드웨어 사양에 의종하고 있었다. 게임 제작업체는 게임 제작외에 하드웨어(HW) 기술까지 갖추어야 했던 것이다.

오락실이 게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2000년 이전에는 일본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물론 일본시장의 게임시장 장악은 국내에만 국한된 형상은 아니었다. 전 세계 시장의 60%, 국내 시장의 80% 이상을 일본기업들이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게임 업체들은 일본 업체와 정면승부를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오락실 게임 회사들은 초기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일본의 ‘고나미’, ‘세가’ 등과 같은 기업과 제휴를 통해 시장을 넓혀나가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오락실 게임은 개발과정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지만 반대로 판매수명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유행시기가 다르고, 게임 이용 정도에 편차가 있었기 때문에 제품은 3~4년 동안 꾸준히 판매될 수 있었다. 재고제품의 유통기간이 3~4년간 지속됐기 때문에 제품의 값이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도로 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2000년 상반기 오락실 게임과 관련된 국내 주요 개발품은 ‘경품 게임기’와 ‘뮤직 시뮬레이션 게임기’였다. 이 제품들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일반적 오락실 게임기인 전자기판게임기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일본 ‘고나미’사의 댄스 시뮬레이션 게임 ‘DDR(Dance Dance Revolution)’이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되자, 국내 게임 개발 업체들도 뮤직 시뮬레이션 게임과 댄스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대형 메달게임도 등장했다. 2000년 하반기 오락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경품 게임기가 뮤직 시뮬레이션 게임기에 자리를 내주고 후퇴하는 한편, 메달게임기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일본의 중고 메달게임기가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됐다. 이와 같은 시장동향은 2000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오락실 게임 시장이 일본의 재고상품 상설판매장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오락실 게임의 수출은 부품류가 주종을 형성했는데, 게임기용 모니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게임의 유형별 정의(출처: 컴퓨터월드)


스타크래프트 광풍으로 멀티문화방 확산일로

2000년 국내 PC 게임 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제품은 ‘스타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이전 삼국지 시리즈,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이 있었지만, 이 게임들은 PC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1998년 4월 발매된 스타크래프트는 2년이 지난 2000년 4월까지 무려 120만 카피가 판매됐다.

이러한 스타크래프트 열풍은 그동안 게임의 주된 고객층인 청소년들외에도 중장년층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스타크래프트는 현재 PC방이라고 불리던 멀티문화방과 상호 피드백을 통해 PC게입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실제 당시 15,000개가 넘는 멀티문화방은 멀티 플레이 게이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PC 게임의 수요를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PC 게임 시장은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 뒤를 이었던 것이 바로 롤플레잉과 액션, 스포츠 등이었다.

2000년 PC 게임 시장 규모는 860억 원으로 199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000년 당시 게임종합지원센터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다른 게임 업체들의 매출은 전년과 거의 동일하지만 한빛소프트와 EA코리아의 매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이들 두 업체의 매출 성장이 전체 PC 게임 시장 규모와 비슷할 정도였다.

▲ 주요 업체별 출시 편수(출처: 컴퓨터월드)

한빛소프트는 밀리언셀러인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총판을 맡고 있었으며, 33개의 타이틀을 출시한 EA코리아는 C&C 타이베리안선과 EA스포츠에서 많은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쌍용, 세고엔터테인먼트, 카마엔터테인먼트, 메디아 소프트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게임 출시 편수를 보면 1999년 출시된 전체 편수는 271개였다. 그 중 국산 게임이 50편이었다. EA코리아, 삼성전자, 세고엔터테인먼트 등 10개의 주요 업체가 271개의 타이틀 중 59.7%인 158개의 타이틀을 출시했다.

그러나 출시 편수가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빛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해 3개의 타이만을 출시했지만 약 1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량의 타이틀보다는 인기있는 타이틀 출시가 중요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적절한 마케팅 전략으로 성과를 올린 업체도 있었다. 바로 EA코리아다. EA코리아는 스타크래프트가 독주하고 있는 국내 PC 게임시장에서 ‘다작’과 ‘직판’ 영업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다. 게임 타이틀을 대량으로 출시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히고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둔 한편, 직매점 수를 늘린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2000년 국내 PC 게임 시장에서는 적절하고 유효한 전략으로 평가됐다.


온라인 게임 시초는 ‘쥬라기 공원’

국내에 온라인 게임이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지난 1994년이었다. 텍스트 기반의 머드게임인 ‘쥬라기 공원’이 PC 통신망을 통해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던 것. 그 후 온라인 게임 산업은 1996년 4월 넥슨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그래픽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으로 변화했고, 참여 업체와 타이틀의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은 전국에 멀티문화방 열풍을 일으키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이 확산되는 결정적이 계기가 됐다.

1998년 61억 원에 불과했던 온라인 게임 시장은 1999년 21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넥슨과 NC소프트, 두 개발사의 1999년 매출액이 전체 시장 규모의 62%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NC소프트는 ‘리니지’라는 한 가지 게임만으로 전체 게임 시장의 27%를 차지하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별 동시접속자수를 살펴보면 2000년 2월 리니지가 23,000명, 바람의 나라 13,000명, 어둠의 전설 7,000명 수준이었다. 누적 회원수는 리니지가 272만 명,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 등 네 가지 종류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넥슨이 게임 ID 400만 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 시장의 특성은 우선 시장 진입장벽이 없는 만큼 진입과 퇴출이 쉽다는 것이다. 1998년 이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개발회사는 넥슨, NC소프트, 태울 등 10여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게임 제작 업체가 온라인 게임을 제작하고 있거나 고려하기 시작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게임포털사이트 ‘게임포유닷컴’을 개설하는 한편, PC 통신 소설을 각색해 만든 온라인 게임 ‘드래곤라자’를 유료로 서비스했다. SK는 미국과 대만을 대상으로 판권을 가진 온라인 게임 ‘샤이암’에 대해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기업들의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업체간 마케팅 경쟁 역시 치열했다. 넥슨과 NC소프트는 하나로통신과 제휴를 맺고, 이 회사의 초고속인터넷망인 ADSL 가입자에게 온라인게임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게임과 이동통신의 제휴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 무선인터넷 게임시장에는 넥슨, 마리텔레콤, 언와이어드코리아, 컴투스, 포켓스페이스 등이 진출해 있었고 지오인터랙티브, 아이소프트, 디토, 한게임 등 약 20여 개 업체가 진출을 준비 중이었다.


멀티미디어 기술의 결정체, 게임 SW

게임 SW는 지금도 그렇지만 2000년 당시에도 멀티미디어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2020년 지금의 게임은 AR/VR, 클라우드 게임 등 다양한 신기술과 결합돼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200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에는 3차원 영상과 입체음향, 네트워크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게임 산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핵심기술과 프로그램 고집적화 기술이 요구됐다. 게임산업은 게임기의 HW를 구성하는 반도체, 칩, 집적회로,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영상과 음향, 문자, 동작, 3차원 CG와 같은 주변 기술과도 거미줄처럼 엮여있었다.

게임제작에는 주로 그래픽, 사운드,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분야 기술이 적용됐다. 그래픽은 3D그래픽 기술을 직접적으로 이용하거나 간접적으로 3D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게임에 이용되던 ‘다이렉트(Direct) X’를 비롯해 ‘OpenGL’은 3D 그래픽 라이브러리로 게임 제작에 직접 사용됐다. 특히, 2000년 7.0버전을 출시했던 ‘다이렉트 X’는 광원효과를 비롯해 3d 그래픽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6.1버전까지 분리돼 있던 ‘다이렉트 뮤직’을 내장했다.

이처럼 3차원 그래픽으로 처리된 게임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PC나 가속보드가 필요했다. 3차원 그래픽스의 경우 연산처리량이 많아 CPU만으로는 그 양을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었다. 3D 가속보드는 바로 3차원 그래픽스 연산을 전담하던 HW다.

그래픽 외에도 게임을 즐길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청각적인 자극을 주는 음향부분이다. 게임에서 음향은 대체로 효과음과 배경음악 등 2가지로 나뉘는데, 효과음은 웨이브 형태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배경음악은 CD 음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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