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이용 장려’만으론 글로벌 기업이 수혜 독식…국내 HW·SW 기술기업 지원해야

[아이티데일리]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디지털 뉴딜(디지털 신산업 육성)을 해법으로 내놨다. 인공지능, 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키워드들에 대한 투자가 대폭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신산업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쪽을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화려한 최신 기술들에 가려져 뒷단의 데이터센터를 구성하고 동작시키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뉴딜의 마중물로 평가받는 클라우드 산업은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Google) 등 거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세계 곳곳에 마련하고 인프라(IaaS)부터 개발 플랫폼(PaaS), 소프트웨어(SaaS)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클라우드 산업에서 AWS, MS, 구글 3사가 지금과 같은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문제없이 구동하고 있다는 ‘경험’에 대한 업계의 인정과 믿음 덕분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이자 디지털 뉴딜의 마중물인 클라우드는 단순히 ‘인터넷으로 연결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나?”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데이터센터에는 수많은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장비들을 통해 연결된 상태에서 동작한다.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들은 결코 멈추지 않아야 하며, 오류가 생기더라도 대체 장비가 즉시 역할을 대신하고 빠르게 복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안정적인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HW가 필요하고, 각 장비뿐만 아니라 전체 자원들까지 기민하게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는 SW 기술도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뉴딜’ 추진을 위해 이번에 발표된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데이터 경제와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클라우드 산업 발전 전략’에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클라우드 대전환’ ▲조달체계 혁신 및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 마련 등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 강화’ ▲중소기업의 클라우드 이용 지원 ▲클라우드 플래그십 사업 추진 등의 내용만이 담겼다. 즉,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일 뿐 실제로 정부에서 구축한 클라우드가 ‘문제없이 운영되는 것’과 관련한 투자는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가 이 부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얼마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정부 클라우드(G-클라우드)를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로 구축하고자 2022년까지 1,576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하면서, 국산 범용서버와 공개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클라우드의 기반이 되는 SDDC 관련 국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결코 부수적인 ‘방침’ 정도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IT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많은 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성과도 내고 있다. KTNF(대표 이중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메인보드와 바이오스(BIOS), BMC(Base Board Management Controller) 등까지 직접 개발, 생산하면서 ‘국산 서버’로 부를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에 있어 간편한 인프라로 각광받는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HCI) SW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즈머스(대표 김연철)도 해외 유명 IT시장조사기관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만큼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SDDC 구축을 위한 한 과정인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과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부문에서도 최근 주목할 만한 소식이 들렸다. 국내 기업 5개사가 협력해 NFV 솔루션을 출시한 것이다.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아롬정보기술(대표 이윤재)이 개발한 NFV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큐아이(대표 최환진) ▲모니터랩(대표 이광후) ▲파이오링크(대표 조영철) 등 3사의 가상 네트워크 기능(VNF)이 사전 테스트를 거쳐 연동 및 통합된 제품이다. 국제 표준 기반의 성능과 유효성 검증을 위해 소나타시스템즈(대표 김영록)도 참여했다. 이외에도 기업용 클라우드 구축 솔루션을 개발한 이노그리드(대표 김명진) 등 수많은 국내 IT기업들이 클라우드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기술력을 다지고 있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지 클라우드를 ‘활용’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궁극적으로 우리 기술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나가야 한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IBM, 델, HPE 등 글로벌 기업의 서버·스토리지 HW 제품과 VM웨어, 레드햇 등 기업들이 판매하는 SW 솔루션을 도입하고 서비스를 제공받기만 한다면, 결국 디지털 뉴딜의 수혜는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가져갈 따름이다. SDDC 기반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HW와 SW 기술 연구에 매진 중인 우리 기업들이 ‘디지털 뉴딜’로 일어날 수 있도록 좀 더 근본적이고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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