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프라, 비대면 산업 육성…온라인 개학으로 가능성 입증

[아이티데일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며 전례 없는 사태로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견된 이래, 이미 반년 이상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확산 일로를 걸었다. 지난 3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질병 경계 수준의 최고 단계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으며, 5월 현재 전 세계에서 감염이 확인된 환자의 수는 5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비대면(Untact) 트렌드는 기업의 업무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화상회의·원격제어 기술들을 활용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비대면 협업 솔루션들의 수요가 크게 확대됐다. 정부에서는 이미 디지털 업무 환경과 비대면 문화 확산에 대비하는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비대면 산업 육성 등 ‘한국판 뉴딜’ 추진

업무 프로세스가 비대면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다른 IT 분야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를 위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주문했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 간접 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디지털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비대면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 한국형 뉴딜 프로젝트 구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은 세부적으로 ▲데이터 수집·활용 기반 구축 ▲5G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고도화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 및 융합 확산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데이터 수집-결합-거래-활용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라이프사이클 인프라를 강화하고, 금융·의료·교통·공공·산업·소상공인 등 6대 중점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또한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5G 인프라를 조기 구축하고 도시와 주요 산업현장에 5G+ 융복합 산업을 촉진한다. 끝으로 AI 측면에서는 AI 대중화를 위한 인프라와 서비스가 발 빠르게 등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지원한다. 또한 기업들이 RPA를 통해 AI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효율화를 이룩하며 지능형 생산공정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대면 산업 육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화상회의·원격제어 등 비대면 업무 비즈니스의 정립이나 온라인 개학으로 대표되는 미래형 교육환경 마련 등이 포함된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을 마련하고, 블록체인 등 보안성이 높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환경에 필수적인 사용자 인증 등의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는 기존에 제공하던 제품·서비스들을 비대면 원격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데이터 비즈니스 전문기업 엔코아는 지난 4월 원격 DB관리 솔루션 ‘리모트SQL(RemoteSQL)’을 출시한 바 있다. ‘리모트SQL’은 엔코아가 보유한 데이터 관련 역량과 노하우를 활용해 원격지에서도 안전하게 사내 DB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기업이 보다 유연하게 근무 환경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리모트SQL’,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필수 제품으로 남을 것”
김범 엔코아 전략사업본부장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용자들의 업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구글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대부분의 직원이 매주 1~2회만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원격이나 화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사 밖에서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구글은 향후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인다고 하더라도, 그 전처럼 주 5일 모두 출근해서 근무하는 사람은 전체의 30%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직원들이 상주해야 하는 건물과 물리적 인프라 비용을 줄이고, 대신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이미 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리모트SQL’은 고객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됐다. 엔코아가 잘 할 수 있고 그동안 해왔던 노하우를 살려 원격지에서 DB에 대한 효율적인 제어와 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데이터가 기업의 핵심 자산인 만큼, 보다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DB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리모트SQL’과 같은 제품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기업의 필수 제품으로 남을 것이다. 업무 여건에 따라 평상시에는 원격 DB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불이 나기 전에 미리 소화기를 갖춰놓는 것처럼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비축해놓는 제품보다는, 필요한 상황에 쉽게 접근하고 부담 없이 준비해놓을 수 있도록 구독형(Subscription) 라이선스 정책을 마련했다.


온라인 개학, 빠른 인프라 확충으로 성공 거둬

지난 4월, 국내에서 유래가 없던 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이 실시됐다. 본래라면 3월 2일부터 시작돼야 할 학사 일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스마트 기기 보급률과 정보통신 능력이 높고, 높은 역량을 갖춘 교사진과 전문가 45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미래 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이 시점에, 원격 교육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월 9일 중·고등학교 3학년생들을 시작으로, 16일에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교 1~2학년, 20일에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모두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방송공사가 온라인 학습 서비스 플랫폼 ‘EBS 온라인 클래스’를 개설했으며,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지난 2018년 개설한 ‘e학습터’를 통해 온라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 대학에서도 자체 플랫폼 혹은 민간 화상·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 중이다.

▲ 한국교육방송공사의 ‘EBS 온라인 클래스’ 화면

교육부가 발표한 원격수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초·중·고등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학습 콘텐츠 활용 수업 ▲과제 수행 등으로 구성된다.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 화상통화 플랫폼에 접속해 수업을 진행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줌(ZOO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구글 ‘행아웃(Hangouts)’, 알서포트 ‘리모트미팅’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사전에 업로드된 동영상을 보고 진행하는 ‘학습 콘텐츠 활용 수업’은 ‘EBS 온라인 클래스’나 ‘e학습터’, 구글 ‘클래스룸(Classroom)’ 등을 활용한다. 일선 교사가 자신의 교과와 학생들의 학습 여건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수업 방식을 채택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복수의 학습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들은 대개 서비스 초창기에 서버가 다운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곧 민첩하게 인프라를 대량으로 확충하고 서비스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지금은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가령 한국교육방송공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를 기반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에 최대 300만 명이 동시 접속 가능한 서버를 구축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기존 3번까지 운영하던 CLS(Cyber Learning System) 서버를 13번까지 증설해 최대 300만 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개학 전에 예상됐던 대규모 사용자 집중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 문제는 관련 서비스 제공자들의 발빠른 인프라 확보로 빠르게 해결된 셈이다.


콘텐츠 개발, 온라인 환경 적응 등 해결 과제 산적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온라인 수업 환경에 대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급하게 마련한 것 치고는 잘 돼있지만, 그만큼 허점이 많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산재해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학생들을 통제할 수 없는 시스템적인 한계가 눈에 띈다. 교사가 선정한 콘텐츠를 학생이 시청하기만 하면 되는 ‘학습 콘텐츠 활용 수업’이 특히 문제시된다. 학생 모두가 교실에 앉아서 교사의 감시 하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학생이 수업을 제대로 시청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웹브라우저로 강의를 켜놓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더라도 이를 탐지해낼 방법이 없으며, 시스템 상의 허점을 찾아 해당 강의를 끝까지 보지 않고도 출석 체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본지가 만난 한 대학생은 친구들끼리 만든 간단한 프로그램만으로도 단시간 내에 복수의 강의에 출석 체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BS 온라인 클래스’ 등 일부 플랫폼에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부정 수강 감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이미 이를 우회할 수 있는 편법이 SNS 등을 통해 다수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 콘텐츠를 마련해야 하는 일선 교사들의 부담도 문제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눈을 맞추며 수업하는 환경만을 상정해왔기에, 갑작스런 온라인 수업에 맞춘 학습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 ‘e학습터’나 각 교육기관들이 제공하는 학습 콘텐츠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개별 학교의 학사 일정에 맞춘 커리큘럼이나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

또한 그간 교사들이 활용해온 학습 자료들이나 노하우가 오프라인에서의 면대면 교육에 맞춰져 있기에, 온라인 수업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된다. 직접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해도 방법을 몰라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경남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현재 일부 과목은 학교 차원에서 촬영 장비를 임대해 수업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수업 방식도 익숙하지 않고 편집 도구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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