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미국의 프린터 제조업체인 제록스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PC와 프린터 등 인쇄 장비 제조 글로벌 기업인 HP에 대한 350억 달러의 적대적인 인수를 포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제록스의 이 같은 결정은 이달 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HP 주주들과의 회의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이는 지난 11월 취임한 엔리케 로레스(Enrique Lores) HP CEO의 승리이자 지난 2018년 제록스 CEO에 취임한 HP 및 IBM 임원 출신 존 비센틴(John Visentin) 제록스 CEO의 패배를 상징한다. 양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양사의 합병을 추진해 온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Carl Icahn)에게도 타격이다.

▲ 제록스가 HP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포기했다.

제록스는 지난 5월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HP 이사회에 도전해 인수를 공언했으나 이번에 HP 주식에 대한 입찰 제안은 물론 인수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발표했다.

제록스는 "이 같은 결정은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직원, 고객, 파트너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건강, 안전, 복지를 우선시하고 있으며, 다른 모든 고려사항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우리의 폭넓은 대응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록스는 HP와의 결합은 장기적으로 재정적, 전략적으로 이익이이었다고 덧붙였다.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인수에 참여할 것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제록스의 이번 결정은 적어도 2021년 봄 열리는 차기 연례 주주총회 때까지 HP에 압력을 가할 기회가 없다는 의미다.

HP는 이에 대해 "HP는 주주, 파트너, 고객, 그리고 직원들이 제록스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시장 상황은 많은 기업들로 하여금 인수합병에 대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도록 만들었다. 이는 올해 인수합병 거래를 성사시켜 거액의 수익을 기대했던 많은 자문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희망을 꺾었다.

제록스와 HP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HP 주식은 회복력이 더 강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재택 근무하는 직원들이 PC와 다른 장비의 구매를 늘려 HP에 호재로 돌아왔다. 제록스 주식은 지난 5주 동안 절반 이상 가치가 하락했고 HP 주식은 25% 정도 떨어졌다.

제록스이 HP 인수 시도는 기업과 소비자가 디지털 문서로 눈을 돌리면서 인쇄업은 쇠퇴하고 있다는 시장 현실에 기인한다. 합병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림으로써 매출 감소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시장의 필요성이 작용했던 것이다.

지난 2015년 서버 및 네트워킹 장비 공급업체 HP엔터프라이즈와 분리한 HP는 2017년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을 10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경쟁 업체와의 통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HP는 제록스의 제안이 HP를 과소평가했으며 제록스가 제시한 비용 시너지 효과 20억 달러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제록스와 합병할 경우 부채가 과대해진다는 주장과 함께 후지필름이라는 파트너를 잃은 제록스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사도 의문을 제기했다. 제록스와 후지필름은 지난해 11월 57년 동안의 합작 관계를 청산했고 그 이후 HP는 제록스와의 합변 논의를 기피해 왔다.

HP는 그 후 HP 지분을 취득한 제록스 최대 주주 아이칸의 주선으로 지난해부터 제록스와 거래 협상을 벌였다. 이 협상은 그러나 양사가 서로 공유해야 할 비밀 정보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중단됐다.

HP는 매출의 대부분을 데스크톱 및 노트북 PC 사업에 의존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인쇄 하드웨어 및 공급 부문으로부터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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