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상품을 배송하겠다고 야심차게 내놓은 일본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의 무료배송 카드가 암초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내부에서는 라쿠텐 출점 소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설상가상으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라쿠텐의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4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스가히사 슈이치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라쿠텐에 대해 무료배송 정책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라쿠텐이 영세한 출점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 라쿠텐 빌딩<사진=라쿠텐 홈페이지 캡처>

한편 라쿠텐은 무료배송 정책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므로 예정대로 3월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공정위는 지난달 하순 도쿄지방재판소에 라쿠텐에 대한 긴급정지명령을 신청한 상태다. 라쿠텐이 정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압박에 나선 것이다.

라쿠텐은 왜 출점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료배송 정책을 들고 나왔을까. 근본적인 이유는 라쿠텐의 경영 상황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라쿠텐은 그 돌파구를 무료배송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라쿠텐의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라쿠텐의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뉴스위크가 라쿠텐의 비즈니스 모델을 아마존과 비교 분석해 눈길을 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라쿠텐 사업을 들여다 보면 무료배송 정책은 라쿠텐의 미키타니 회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이지만 생각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라쿠텐의 비즈니스 모델은 온라인 쇼핑몰이지만 아마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라쿠텐은 일종의 백화점이나 양판점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바꾼 것이다. 즉 온라인에 마켓플레이스를 열어 놓고 입점 희망 업주를 찾아 임대료를 받고 사이버 공간을 내주는 모델이다.

결국 물건 판매와 배송은 입점업주가 담당하고 라쿠텐은 사이트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팔 물건을 선정하고 모집하는 일까지는 라쿠텐이 담당하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은 입점업주의 몫이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해 그들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개선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아마존은 유통 노하우를 습득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반면 라쿠텐은 소비자와 간접적으로만 접촉하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취약성이 라쿠텐의 위기를 불러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방문 빈도가 매출에 직접 연결된다. 이 때문에 회사 리소스의 대부분을 소비자 대응에 집중했다. 아마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라쿠텐의 경우 입점업주만 관리하면 그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에 소비자 관리에 소홀했다.

시장 진입 초기에는 라쿠텐의 비즈니스가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단숨에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무료배송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위기 탈출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무료배송의 부담은 모두 입점업주 비용으로 계상된다. 입점업주의 이익률이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입점업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라쿠텐이 배송료를 모두 부담하자니 경영 상황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 뻔하다.

온라인 쇼핑의 선구자였던 라쿠텐이 이번 무료배송 정책을 어떻게 풀어내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는가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라쿠텐의 대처 방식에 따라 라쿠텐의 앞날이 크게 달라지리라는 게 중론이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